그래도 그대는 오지 않았습니다
/ 전현숙
눈보라가 휘몰아 쳤더랍니다 그대 기다리던 골목 그 어귀에 나 가로등 되어 그대 오실 길목을 밝히고 있었는데
칼바람은 살속을 파고들며 제자리 맴도는 애잔한 가슴을 더욱 시리게 하였답니다
외등하나 없던 그 쓸쓸한 길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을 그대란 걸 알면서도
미련이란 게 무엇인지 목메인 기다림에도 아랑곳 하지 않을 그대란 걸 알면서도
미칠 듯 아픈 그 가슴 그대로 안고 마냥 눈사람처럼 그렇게 서 있었답니다
눈물은 흐르지도 못하고 뚝뚝 떨어져 내리고 그 허허로운 어둔 길에 주저앉아 가슴 터지도록 울었습니다
내 혈관 하나하나에 그대가 마구 뛰어다녀 혼절할 것처럼 아팠습니다
미친듯 쏟아져 내리는 눈보라와 뒤엉켜 나, 길 잃은 짐승처럼 울었습니다
그래도 그대는 오지 않았습니다 밤새 그대는 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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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시한편 볼수있는 작은공간
글쓴이 : 뿌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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