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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눈 내리는 길

2747 2007. 8. 20. 23:30
     
    당신이 없다면 별도 흐린 이 밤을 
    내 어이 홀로 갑니까 
    눈보라가 지나가다 멈추고 다시 달려드는 이 길을 
    당신이 없다면 내 어찌 홀로 갑니까 
    가야 할 아득히 먼 길 앞에 서서 
    발끝부터 번져오는 기진한 육신을 끌고 
    유리알처럼 미끄러운 이 길을 걷다가 지쳐 쓰러져도 
    당신과 함께라면 이 세상 끝까지 가기로 한 
    이 길을 함께 가지 않으면 어이갑니까 
    스쳐지나가는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이 함께 있어서 내가 갑니다 
    치는 눈보라 속에서도 당신이 그 눈발을 벗겨주어 
    눈물이 소금이 되어 다시는 얼어붙지 않는 이 길 
    당신과 함께라면 바람과도 가는 길 
    당신과 함께라면 빗줄기와도 가는 길 
    이 세상 구석구석에서 혼미하여 뒹굴다가도 
    머리칼에 붙은 눈싸락만도 못한 것들 툭툭 털어버리고 
    당신이 함께 있으므로 오늘 이렇게 갑니다 
    눈보라 치다가 그치고 다시 퍼붓는 이 길을 
    당신이 있어서 지금은 홀로도 갑니다 
    눈 내리는 길 / 도종환
출처 : 그리운건 너의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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