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편지

이제는 늙어 갈수 있을것 같다

2747 2007. 9. 15. 21:25
 
모든 유랑의 끝이 그렇듯이 
마침내 다다른 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타인을 향해 달려가지만 
가까스로 합해진 다음에는 
떠날 궁리를 하고,
혼자가 되면 
또 다시 타인을 갈망하는 자...
무엇을 갖기 위해 애쓰고 
가진 뒤부터는 
거기로부터 떠나기 위해 애쓰고 
또 그 다음에는 
돌아오기 위해 애쓰는 자...
사십을 넘긴지가 언제인데 
이제사 비로소 
유치한 장식이 잔뜩 달린 채로 
빛이 바랜,
청춘이라는 무거운 외출복을 
벗어 놓은 느낌이 든다.
이제는 늙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가을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운 친구들 안부가 궁금하다  (0) 2007.09.15
마음 주머니  (0) 2007.09.15
마음의 전화 한통 기다려져요  (0) 2007.09.15
행복 ~  (0) 2007.09.15
마음에 사랑의 꽃씨를 심고  (0) 2007.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