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

나의 님은

2747 2008. 1. 29. 22:20

      나의 님은/배미애
       
      내 힘으로 나를 이루지 못해
      희뿌연 메마름 열고 하늘 보는 사이
      기다림에 두눈 헐던 낙엽 두고 떠나던 
      가을, 날선 바람에 손 베인듯한 이별 
      찬 이슬에 머리 두고 참아냈습니다
      내 힘으로 내 슬픔 견디지 못해 
      닥종이로 고이는 눈물로 산속 걷는 사이
      서리꽃 피우며 모두 하나같이 정지되던 계절
      겨울, 그 무덥던 침묵 견뎌냈습니다
      그것은 순전히 님의 힘이었습니다
      쉬이 열 수 없는 도도한 새벽과
      쉬이 잠글 수 없는 오만한 어둠 숱하던
      삶,그 오랜 쓸쓸함에 한결같이 
      나를 거두며 나를 살게 하신 
      나의 님은..눈을 선명히 닫고서야 비로서 
      투명히 깨어나는 영원한 그리움 입니다
      유리알로 포개놓은듯한 창백한 땅에 
      몽당 연필로 연한 입술 그려 넣으며
      피어나는 아침이 오면 외딴 동토같은 저편
      내 하루에 그런 님 있어
      잘 익은 웃음 하얗게 매달 봄 오리라 믿으며
      분꽃 무늬로  까맣게 써둔 마음의 창 
      가지에 걸린 마지막 잎새로 말갛게 딱아
      저 하늘에 뽀얗게 띄워 둡니다
      두렵지만 이미 내 모든 삶이신 님
      먼 곳 걸어 언젠가 오시리란 믿음 하나로
      홀로 사랑의 씨앗을 키워도 되는지
      그 사랑에 철없는 아이처럼 보채도 되는지
      까만 숲 걷다 별헤는 어둠에 조각달 걸어두는 
      오늘도 미완성의 고백 뒤에서 
      고열의 드릴 말로 분분히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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