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편지

가을노트

2747 2008. 11. 2. 18:52

 

 

가을노트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

'가을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움을  (0) 2008.11.07
찬 기운에  (0) 2008.11.07
그리움의 간격  (0) 2008.11.02
중년에 맞는 가을  (0) 2008.11.02
hj  (0) 2008.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