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아래 노트북 자판을 낙서처럼 한자한자 두드렸다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던 구절이 모니터에 차곡차곡 모습을 드러냈다
니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깜박이는 커셔 옆으로 방금 새긴 문장을 물끄러미 들여다 보았다
언젠가 썼던 짧은 편지였다
건네주지 못했던 시집속의 구절
누구를 향한 사랑들인지 대상은 모두 빠져있는 그 구절
그래서 내것이도하고 그들의 것이기도 한 서글픈 바램
자판 소리와 함께 아래 또 하나의 문장이 찍혔다
세상 모든 사랑이 무사하기를...
백스페이스를 눌러 지금까지 끄적거렸던 문장들을
밑에서부터 차례로 다 지워버리고는 파워를 끄고 노트북을 닫았다
방금 쓴 문장은 말이 안된다
세상에 모든 사랑이 무사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
서로 부딪히는 사랑, 동시에 얽혀있는 무수한 사랑들
어느 사랑이 이루어지면 다른 사랑은 날개를 접어야만 할 수도 있다
그 모순 속에서도 사람들이 편안하게 아침을 맞이하고
눈물을 흘리더라도 다시 손잡고 밤을 맞이하기를 바라는건 무슨 마음인지..
무사하기를... 당신들도 나도 같이...
# 이도우 /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