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편지

숲이 깊어도

2747 2007. 9. 9. 12:42

 

 

마음 깊이 작은 길 하나 내게 하소서

생각의 길이 거기 가닿는 날에

아직 소복히 먼지 싸이기 전에,

심란한 바람이 수근대며 일어나는 민초들을

괴롭히기 전에……,

겨워 겨워 한 번은 꼭 주저 앉아 울먹이기 전에

한 번쯤은

꼭 당신하고만 걸어가게 하소서.

 

 

내안에 계시면서

언제나 엇갈리는 당신을

그저 가만 기다리게 두는 일도,

행여 그 앞에 뻔뻔히 서는 일도,

못할 짓입니다

그러나 울먹이는 당신의 기도를 듣는일은

더 힘겨운 일입니다.

 

 

오늘 하루를 위한 양식을 손에 받아들고

이 길 앞에 한 번 서봤습니다

내안에 계시면서도

항상 엇갈리는 당신을 오늘은

한 번 마주쳐 보았으면 합니다.

 

 

허공마저 차분히 내려앉은 이 길을

차마 혼자는 걷지 말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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