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대하여
- 이진영
견뎌야만 하는 한낮의 고열과
보내야만하는 자동차들의 안타까움에 갈라진다,
그뿐이다
갈라지는 것은 방향이 없다
갈라짐은 열림이 아니다
누구에게라는 대상도 없으며
검은 우리의 가슴, 눈물은 그위를 흐를 뿐이다
별 수 없다, 장마가 지고 아예 눈알같은 빗방울이 갑자기 함석지붕을 두들기며 앞마당에 박히기 시작하면 길에 대한 나의 상념은 다시 질퍽해지기 시작한다 며칠이고 몇 주고 나의 발바닥을 푹신하게 받아주던 황톳길 만큼이나 나의 상념은 질퍽한 냄새를 풍긴다
갈라진 틈새로 빗물이 스미나 보다
스미는 빗물을 나는 머금고 있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