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편지

이미 흘러간 사랑노래

2747 2007. 9. 15. 19:10

 

 

 

이미 흘러간 사랑노래
          /꽃지는저녁


뜨거운 냄비를 집었다 홧 하고 놀라는 것 처럼
놀란 얼결에 그 냄비가 엎어져서 어쩔 줄 모르고
발등을 데는 것 처럼
사랑이 그런 것인 줄 알았습니다


지나간 사랑을 이야기 하라면 아직도 그렇습니다
추상적이고 희미해지긴 했지만
한번 데인 아이가 절대로 뜨거움에 가까이 가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아이는 햇솜과 같이 뽀송거리며 자라고
이윽고 까마득한 아장거림을 잊어버리겠지만
저 먼 침엽수 숲에서 바람에 건너 올 때 마다
가슴이 아픈 이유를 생각할 것입니다


사랑이란 이런거야


서로 아프지 않게 배려하고
존중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피해 입히지도 않고 상처입지도 않고
이렇게 중얼거리며 웃을 즈음이면
그대에게도 이미 사랑은 다 지나간 것이지요


마른가지 태울 때 나는 바스락거림이랑
여름을 통 째로 태워버린 쇠바퀴랑 같을리는 없습니다


무겁게 굴러가던 뜨거움이 목구멍을 태우는 기분,
그대는 이미 흘러간 노래입니다


너무 아련해서 서너 소절만 기억나는 제목없는 노래입니다


그래도 가끔 목구멍이 뜨뜻해지는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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