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편지

바람이여

2747 2007. 11. 25. 15:27


바람이여 / 서정윤
바람이고 싶어라 
그저 지나가버리는, 
이름을 정하지도 않고 
슬픈 뒷모습도 없이 
휙하니 지나가버리는 바람. 
아무나 만나면 
그냥 손잡아 반갑고 
잠시 같은 길을 가다가도 
갈림길에서 
눈짓으로 헤어질 수 있는 
바람처럼 살고 싶어라. 
목숨을 거두는 어느 날 
내 가진 어떤 것도 나의 것이 아니고 
육체마저 벗어두고 떠날 때 
허허로운 내 슬픈 의식의 끝에서 
두 손 다 펴보이며 지나갈 수 있는 
바람으로 살고 싶어라. 
너와 나의 삶이 향한 곳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슬픈 추억들 가슴에서 지우며 
누구에게도 흔적 남기지 않는 
그냥 지나가는 바람이어라 
바람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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