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

초봄이 오다

2747 2008. 3. 6. 12:04

 

       

 
             초봄이 오다

                                         하종오  


       산수유 한 그루 캐어 집에 옮기려고
       산에 가만가만 숨어들었다.
       나무는 뿌리를 밑으로 밑으로 내려놓았겠지.
       자그마한 산수유 찾아 삽날을 깊숙이 꽂았다.
       이제 한 삽 뜨면 산에게서 내게로 올 게다.
       겨울 내내 집안은 텅 비고 날 찾아오는 이 없었어.
       이제 마당귀에 산수유 심어놓고
       그 옆에서 꽃 피길 기다리면
       이 산이라도 날 찾아오겠지.
       삽자루에 힘을 주어도 떠지지 않아서
       뿌리 언저리 손으로 파헤쳐보았다.
       산수유는 뿌리를 옆으로 옆으로 벌려놓고 있었다.
       나는 삽날 눕혀 뿌리 밑을 돌아가며
       둥그렇게 뜬 뒤 밑동 잡고 들어올렸다.
       한 그루 작은 산수유 실뿌리 뚜두두둑 뚜두두둑 끊기자
       산에 있던 모든 산수유들 아픈지 파다닥파다닥
       노란 꽃망울들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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