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시

하얗게 말라버린

2747 2007. 5. 27. 19:11




하얗게 말라버린 침묵 
                            秋水/정 광 화
사랑한다는 말이 너무 무거워 침묵 할 때
둘이 살면서도 같이 부르고 싶은 노래하나 없을 때
방금 마신 물을 잊고 습관처럼 또 마실 때가
해질녘 그리움의 살들이 흰머리 속에 떠오를 때
처음처럼 그대 이름 불러보고 싶을 때
웅숭깊은 단상(斷想)들이 빼곡하게 생각 날 때가
꾀죄죄한 차림으로 방구석의 나를 돌아 볼 때
해가 지려는 순간 그림자가 어둠 속으로 사라 질 때
지난 일들이 어제 만난 것처럼 생생할 때가
태연히, 숙연하게, 인생은 한번 뿐이라고 생각 날 때
내 작은 몸에 무거운 나를 싣고 있는 것을 느낄 때
어려워서 다 버리지 못하는 모습들이 목에 매달 릴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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