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
오늘 내가 살아 있다고
살아 있다 단언할 수 있을까
저 뜰에 나뭇잎들 돌풍에 휩쓸려
맥없이 추락하듯
나 또한 언제 어디서
죽음에게 덜미를 잡혀
끌려갈지도 모르는데
내가 지금
숨쉬고, 생각하고, 시 한 편을
쓴다고 해서
나를 살아 있다 규정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샘솟는 존재의 서글픔
바람은 다시금 창문을 두드리고
나는 두 귀로 그 소리를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
꽃잎이 재잘거리는 소리
별들이 가만히 속삭이는 소리를
듣지만, 그렇다고 내가
살아 있다 말할 수 있을까
산다는 것이 지겨워
죽음을 그리워 하다가도
죽음이 소름 돋치게 두려워
다시 살아남길 갈구하는
이 부끄러운 집착이여!
그래도
목숨이 싱그럽게 붙어 있는 한
나는 살아야겠다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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