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시

비가 내리면 커피향에도 외로움이 깃든다

2747 2007. 8. 23. 12:06


비가 내리면 커피향에도 외로움이 깃든다 / (宵火)고은영


빗소리에 잠을 깨
창 너머 열린 문틈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본다
침묵은 적막이다
적막은 외로움의 또 다른 이름이다

스스로 방치한 고립에 놓인다는 것
제길 혼자서 논다는 게
얼마나 짙은 외로움인지 자네 아는가
할 일 없이 하루종일 커피를 마시고
빗소릴 들으며 애꿎은 시간만 죽이는
침묵의 사각지대

그러나 비 오는 날은
커피 맛이 최고라더라
기온과 기압의 영향으로
커피 향과 맛이 최고라더라

외로움을 믹서하고
달콤한 설탕을 넣지 않고도
나는 가장 황홀한 커피 향을 즐기고
지상에서 최고로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빗소리와 도킹 중이다

며칠 동안 글 한 줄 못쓰고
시든 감성에 바람 한줄기 없었다
비만 내리다 쫑난 여름
여름은 그 막바지에서
막지 막 내레이션처럼
쉬지 않고 빗줄기를 흩뿌리고....

외로움이라는 건
피부로 느껴 절감하는 누군가에게......
혹은, 누군가의 한마디 말이
불쑥불쑥 자주 그리워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