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긴 전화
- 도종환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었다
말이 없었다
잠시 그렇게 있다 전화가 끊어졌다.
누구였을까..
깊은밤 어둠속에서
아직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가
두근거리는 집게손가락으로
내가장 가까운 곳까지 달려와
여보세요 여보세요 두드리다
한발짝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넘어서지 못하고
그냥 돌아선 그는 누구였을까..
나도 그러했었다..
나도 이 세상 그 어떤곳을 향해
가까이 가려다 그만 돌아선 날이 있었다.
망설이다 망설이다
항아리 깊은곳에 비린것을 눌러담듯
가슴 캄캄한 곳에
저혼자 삭아가도록 담아둔 수 많은 밤이 있었다.
그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채
나 혼자만 서성거리다
귀뚜라미 소리같은 것을 허공에 던지다
단 한마디 전하지 못하고 돌아선 날들이 많았다.
이 세상 많은 이들은 그럴것이다.
평생 저혼자 기억의 수첩에 썼다 지운
저리디 저린 것들이 있을것이다.
두눈을 감듯 떠오른 얼굴을 내리닫고
침을 삼키듯 목끝까지 올라온 그리움을 삼키고
입술밖을 몇번인가 서성이다
차마 하지 못하고 되가져간
깨알같은 말들이 있을것이다.
한발짝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넘어서지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