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편지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2747 2007. 9. 19. 20:30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떠나지는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편지를 붙이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가을에는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그 맑은 마음결에 오직 한 사람의 이름만 떠 보낸다
 
주여! 라고 하지 않아도 가을엔 생각이 깊어진다
한마리의 벌레 울음 소리에 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
잊혀진 일들은 한 잎 낙엽이 되어 더 깊이 잊혀진다
 
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 경험의 문을 두드리면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 삶은 그렇게 아픈거라 말 한다.
 
그래서 가을이다
 
산자의 눈에 이윽고 들어서는 죽음
死子들의 말은 모두 時가 되고
멀리 있는 것들도 시간속에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가을이다
가을은
가을이라는 말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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