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쁜시

[스크랩] 바람

2747 2010. 1. 5. 17:46

 

 

 

 

 

 

 

이 늦은 시간에
나는 한 줄기 거친 바람이 되어
당신에게로 달려가오.


회상의 숲 떡갈나무 커다란 가지를 흔들어
아무도 몰래 후두둑 눈물을 흘리면서
잠든 당신의 나라로 가오.


그대에게 보일 수 없는 내 모습 때문에
밤마다 그대가 기르는 정원에 내려앉아
희미한 촛불 아래 고이 잠든 당신을 보오.


아아 사랑하는 이여,
길고 어두운 지상의 길과
아직 끝나지 않은 시간을 말하지 않으리라.


잠들어 평온한 그대 침상에
어쩔 수 없이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정직함 하나로
사막이 다 된 가슴을 안고
지금은 그대의 몽상 밑에 와서
슬프고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놓고 가오.


사랑하는 이여,
밤마다 이렇게 몰래 왔다 가는 이유를
당신은 몰라도 되오.


내가 살고 있는 거칠고 쓸쓸한 황무지와
어쩔 수 없이 투명한 내 정체를
당신은 정말 몰라도 되오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