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편지

사랑이라는것이.

2747 2007. 9. 18. 13:07

사랑이라는것이.
    그저,
    순한 물 한그릇이면 좋겠네
    평범한 이들의 식탁위에 놓이는
    작은 목마름을 적셔주는
    그런 물 한 그릇이면 좋겠네

    그리하여 온전하게 그대 온몸을 돌고 돌아
    땀이 되고 눈물이 되고 사랑이 되어
    봄날 부드런 흙가슴 열고 오는 들녁의 꽃들처럼
    순한 향기로 건너와
    조용조용 말 건네는 그대 숨소리면 좋겠네


    때로는 빗물이 되어
    그대 뜰로 가랑가랑 내리면서
    꽃 몇 송이 피울 수 있었으면 좋겠네

    사랑이라는 것이
    아 아,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타서 재가 되는 절망이 아니라면 좋겠네

    내 가슴 불이 붙어 잠시 황홀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물 한모금 나눠 마실 줄 아는
    순하고 욕심 없는 작은 기쁨이면 좋겠네


    물 한모금 먼저 떠서 건넬 줄 아는
    그런 넉넉함이면 좋겠네

    그리하여 그치치 않고
    결코 거역하거나 배반할 줄 모르는 샘물이 되어서
    그 눈빛 하나로 세상 건널 수 있으면 좋겠네

    아 아,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들녘 여기저기 피어나는
    평범한 꽃들의 목을 적시는
    그저 순한 물 한그릇이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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