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것보다 아름다운 건 기다리는 것입니다
플라타너스보다 내 영혼이 더 여위었던
그 해 가을
그대는 낙엽빛깔 같은 고독한 눈빛을
내게 떨구고 떠났습니다
그대의 뒷모습은
세상 어느 나그네 보다
쓸쓸했습니다
그리고 눈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영겁보다 길다는 이별의 시간을 지나
이제는 그대를 내가
사랑이라 이름지을 수 있을 때
겨울이 오고
눈이 그렇게 내렸습니다
나에게 그대는
목숨보다 소중한 그 무엇임을
검은 하늘을 헤치고 날리던
하얀 눈의 요정들은
깨우쳐 주었습니다
사랑하는 것보다 아름다운 건
기다리는 것입니다
나보다 더 나같은 그대를 위하여
오늘밤 난
세상에서 가장 정숙한
여인이 되어
촛불 앞에 엎드립니다
나의 기도에
그대는 단 하나의 의미입니다
오똑한 코와 그리고 그토록 정열적이던
입술의 명료한 선을 그립니다
모든 생명체가
결국은 흙이 될 것임을
시냇물이 바다로 흐르고 있음을
시간이 추억 속으로 달음질치고 있음을 압니다
바스러진 행복의 파편들을 재정립하면서
바다로 나는 흘러 갑니다
밤이 되면
하늘의 여신은
천성의 궁궐에 감추어 두었던 별들을
온 누리에 흐트려 놓습니다
진정
사랑하는 것보다 아름다운 건
기다리는 것입니다
고요히 빛나는 저 별처럼
아름다운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