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요리

생선과 음식궁합

2747 2008. 3. 4. 11:46

고등어, 갈치, 꽁치 등 생선조림을 할 때 빠지지 않는 재료가 바로 무이다. 큼직하게 썬 무를 냄비 바닥에 깔고 생선을 얹어 조리면 생선이 눌어붙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가 가지고 있는 매운 성분인 이소시아네이트 등이 생선비린내를 가시게 한다. 또 무에는 비타민 C와 소화효소가 많아 생선조림의 맛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낙지과에 속하는 문어는 대개 날것으로 먹지 않고 익혀서 먹거나 말려서 먹는다. 문어의 감칠맛에는 탄력이 있는 독특한 근육 조직의 씹힘과 약 1.5%나 들어있는 베타인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이 문어를 요리할 때 궁합이 맞는 상대가 바로 무다. 문어를 손질할 때는 발은 소금으로 문질러 씻어 끈끈한 기를 없애고 깨끗한 물에 헹군다. 요리하기 전에 손질한 문어를 도마 위에 잘 펴고 무 토막으로 골고루 잘 두드려 준다. 그러면 무즙이 조금씩 스며 나와 문어와 접촉하게 된다. 이 때 무즙은 문어살을 연하게 해주면서 냄새도 없애 주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문어를 손질할 때 무를 활용하면 맛도 좋아지고 조직도 부드러워져 일석이조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강판에 무를 갈아서 냄비 안에 문어와 무를 넣고 약 20분간 펄펄 끓인 다음 불을 끄고 그대로 냉각시키면 문어살이 부드러워지고 문어 특유의 좋지 않은 냄새도 말끔히 가신다.


가자미로 만든 우리나라 飮食으로는 가자미국, 가자미조림, 가자미젓, 가자미 식해 등 다양하다. 가자미조림이나 가자미국은 가자미와 함께 무를 넣어야 뒷맛이 훨씬 시원하다. 특히 가자미식혜를 만들 때 가자미보다 무가 더 많이 쓰인다.
가자미 식해는 가자미의 단백질이 분해되어 맛과 소화성이 향상된 것으로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전통 발효음식 가운데 하나다. 우리 조상들이 예로부터 무를 넣어 만든 가자미 식해에도 놀라운 지혜가 담겨있다. 그렇다면 가자미 식해와 무는 과연 어떤 원리가 숨어있는 걸까?
무는 비타민 C와 수분을 함유한 것이 특징이다. 또 무 속에는 아밀라아제, 산화효소, 카탈라아제 등 생리적으로 중요한 작용을 하는 효소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효소들은 열에 약한데 가자미 식해를 만들 때에는 가열하지 않으므로 그 효소가 파괴되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결국 무가 함유하고 있는 효소 덕분에 가자미 성분이 가수분해되고 잘 삭게 만드는 비법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가자미와 무는 찰떡궁합인 셈이다.

지방이 적어 담백한 복어는 예로부터 훌륭한 해장국 재료였다. 적벽부(赤壁賦)를 읊은 소동파(蘇東坡)는 복어맛을 가히 목숨과 바꿀만한 가치가 있다고 예찬했을 정도다.
복어요리의 역사도 깊다. 경남 김해시 수가리에서 출토된 5천여년 전 신석기 시대의 유적에서 대구와 농어 가오리 등의 뼈와 함께 졸복이 출토된 적이 있다.
하지만 복어는 치명적인 ‘독’을 함유하고 있는 위험한 생선이다. 주로 복어의 알과 간장,혈액에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맹독이 숨어 있다. 독성이 강한 종류의 경우 1마리에 성인 33명을 사망케할 정도의 독성을 갖고 있다. 청산가리보다 13배 강한 것이다. 복어독은 무색, 무미, 무취다. 물에 녹지 않으며 열이나 소화효소 등으로 파괴되지 않는다. 살아있거나 죽었거나 복어의 독성은 변하지 않는다. 복어는 5~7월쯤 산란기때 독성이 가장 강해진다.
복어는 손질을 제대로 하지않으면 맹독에 중독될 위험성도 있어 항상 주의해야 한다. 특히 복어의 종류를 제대로 알지 못한채 손수 구입해 요리해먹는 일은 피해야 한다.
흔히 먹는 복어탕을 끓일 때 미나리를 곁들이면 맛의 조화를 이룰 뿐 아니라 해독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좋다
 
생선회를 먹을 때 생강을 곁들여 먹으면 좋다는 飮食궁합이 예로부터 전해지고 있다. 이는 경험에 의해 생겨난 것인데 과학적으로도 합리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생강의 맵싸한 성분은 진저롤과 쇼가올이 주성분이며, 향기 성분은 정유(精油)성분으로 진기베린, 캄펜, 시트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정유와 생강의 매운 성분이 어울려 생선회를 먹을 때 생강을 곁들여 먹으면 그 맛이 좋아져 궁합에 잘 맞는 예다.

“아욱국 3년 먹으면 외짝 문으로는 못 드나든다”는 속담이 있다. 특히 “가을 아욱국은 사위만 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예로부터 별미로 쳐온 우리 전통음식이다.
아욱의 연한 줄기와 잎을 주물러 치대 풋내를 빼고 쌀뜨물을 부어 끓여 먹는 아욱국에는 새우를 넣어야 감칠맛이 제대로 난다. 토장에 보리새우를 넣고 끓인 아욱국은 맛과 영양의 균형이 잡힌 좋은 飮食이다.

그렇다면 왜 새우와 아욱이 찰떡궁합일까?
먼저 새우는 단백질과 칼슘을 비롯한 무기질, 비타민 B 복합체 등을 함유하고 있다. 예로부터 강장식품으로 여겨져 온 새우지만, 비타민 A와 비타민 C는 거의 들어 있지 않다. 이에 비해 아욱은 비타민 A와C, 섬유질을 함유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그러므로 산성식품인 새우를 아욱과 함께 먹으면 궁합이 잘 맞는다.
참새우, 대하, 보리새우, 꽃새우 등 새우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아욱국과 잘 어울리는 것은 보리새우이다.


단백질과 칼슘 등 무기질을 함유한 멸치는 뼈째로 먹을 수 있는 생선이다. 아주 흔한 생선이라는 뜻으로 잡아도 잡아도 없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의 한자 ‘멸치(滅治)’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마른 멸치로 이용하고, 생선 멸치는 젓갈로 담가 김치 담글 때 사용하고 있다. 특히 멸치는 조림으로 만들어 가장 흔한 밑반찬으로 즐겨 먹는다. 간장, 설탕, 다진마늘, 참기름, 통깨 등으로 멸치조림을 할 때 풋고추를 넣으면 맛도 좋고 보기에도 좋다.

이 때 풋고추는 맵지않고 연한 꽈리고추가 좋다. 풋고추가 가지고 있는 성분 중에는 멸치가 가지고 있는 영양적 문제를 해결하고 보완해 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풋고추에는 일반 성분 외에 섬유소, 철, 비타민 A와 비타민 C를 함유하고 있다. 이에비해 멸치는 풋고추에 들어있는 비타민 C를 전혀 함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멸치 풋고추조림은 균형 잡힌 훌륭한 조리법이라 평가할 수 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생선 가운데 하나가 바로 명태다. 명태를 말린 북어는 빛깔이 누렇고 살이 연한 황태, 일명 더덕북어를 최고로 친다. 황태의 요긴한 쓰임새를 길게 설명해 무엇하랴. 황태 한마리만 있으면 술안주나 도시락 반찬으로 또 무침, 저냐, 적, 조림, 찌개, 찜, 국, 구이 등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또 서민적인 식품이기 때문에 비유해서 쓰는 말도 많다. 벌여 놓은 일에는 상관없이 엉뚱한 일을 한다는 것은 ‘명태 한 마리 놓고 딴전 본다’고 하고 허위과장을 나타낸다는 말로 ‘북어 뜯고 손가락 빤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술꾼들에게 아침 해장 감으로 제격이 바로 이 황태국이다. 황태와 파를 섞어 달걀을 풀어 끓인 장국은 속까지 후련해지는 그 맛이 술국으로 일품이다. 이때 북어국에 달걀을 넣어야 제 맛인 이유가 따로 있다. 우선 북어가 가지고 있는 단백질의 질을 상승시켜 단백질의 효율을 높여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황태만 끓여내는 것보다 달걀을 넣으면 시각적으로 식감을 돋우는 역할도 한다. 결국 황태를 찢어 해장국을 끓일 때 달걀을 넣는 것은 찰떡궁합인 셈이다.


비린내가 많은 등푸른 생선을 조리할 때 식초를 활용하면 비린내를 제거할 수 있다? 맞는 얘기다. 등푸른 생선을 요리할 때 식초를 넣으면 좋은 이유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식초의 유기산이 생선 단백질을 단단히 해서 맛을 향상시킨다.
둘째, 식초의 살균 작용과 잡맛 제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생선의 비린내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다. 고등어, 꽁치 등 등푸른 생선은 비린내가 강한 것이 문제다. 생선의 경우 트리메칠 옥시다아제라는 효소가 있어서 비린내가 난다.
식초는 생선의 이 효소를 산화시켜 냄새를 없애는 작용을 한다. 飮食 조리시 마지막 단계에서 식초는 조금 넣는 것이 포인트.
넷째, 식초는 생선과 육류 등을 부드럽고 연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이는 식초에 섬유, 단백질이나 칼슘을 분해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식초와 물을 1:1 비율로 만든 용액으로 생선을 씻어내면 삶거나 졸일 때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는 효과가 있다. 생선을 석쇠로 구울 때도 생선껍질에 식초를 발라두면 껍질이 석쇠에 붙지 않고 잘 구워진다.
이처럼 등푸른 생선을 요리할 때 식초를 넣으면 맛이 훨씬 좋아지므로 궁합이 잘 맞는 것이다.
이밖에도 추어탕과 산초, 생선초밥과 고추냉이, 연어과 생후추, 홍어와 냉면 등 생선과 함께 먹으면 좋은 궁식궁합의 사례들이 많다.